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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20년 가을, 산책하며 담은 소중한 동네의 거리풍경 - 정원수 101

by protocooperation 2020. 11. 5.

 

 

코흘리개 어릴적 부터 성인이 된 지금도

 

저녁을 먹고 어슬렁 동네를 산책하며 걷다가

우연히 보게되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하고,

동네 어르신들, 죽마고우 친구들과의 소소한 기억들을 되살리게 하는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에 심어져 있는 한 두그루의  정원수들...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몇 안되는 나의 개인사와 함께해 온 동네의 건물, 풍경들.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재개발 열풍에 의해서 어느날 사라지기전에 ,

산책하다가 볼 일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들을 모아보았다.

 

 

 

 

 

가운데 흰고양이 검은고양이는 동네 피자집에 자주 들리는 길고양이들이다. 어미를 잃은 듯한 어린 흰 길고양이만 보이다가 어느날 친구인지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꼭 둘이서 붙어다닌다. 엄청 추웠던 두 세해 전에 당시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벌써 3년 정도 되었으니, 응암동의 터줏대감들이다.

 

2017/01/11 - [■처음] - 대규모 스크럽 앤드 빌드 재개발에 여전히 미친나라.

 

대규모 스크럽 앤드 빌드 재개발에 여전히 미친나라.

은평구 응암동 응암로 근처에서 찍은사진. 백련산 방향의 동측은 경사지와 응암동의 지역명물인 백련산이 뭉턱뭉턱 잘려나가면서 재개발이 한참이다. 어릴적 친구집이 있었던 골목길과 작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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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 신사동, 역촌동 내가사는 동네 놀이터에는 항상 어린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어떤 거리풍경 보다 소중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17/01/09 - [■처음] - 동네거리의 보물들

 

동네거리의 보물들

초고령화 사회, 아동인구감소 시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동네거리에서 깔깔거리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도시 디자인 건축미학보다 도시. 마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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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문구점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있던 응암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는 문구점이다. 나에게는 그 어떤 고급스럽고 다양한 물건을 구비해놓은 대형 문구 잡화점 보다 값지고 소중한 곳이다. 집에서도 멀고 진열해 놓은 상품도 많지 않지만, 가끔 일부러 사러가는 곳이다. 몇십년간 문구점을 운영하시는 할아버지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

 

2016/03/15 - [■etc/예전블로그글 등 ] - 응암 초등학교

 

응암 초등학교

어릴 때 잠시 다녔었던 초등학교. 예전에 어렸을 때 등교하고 하교했던 길을 가보고 싶어서 들렀을 때 찍은 사진. 지금은 몰라 볼 정도로 봐뀌었을 듯.. 교무실 등이 있던 중앙건물 뒷 동. 뒷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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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①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물에 눈이가는 다세대 주택은 아니지만,  건물 진입부에서 건물 공동 현관까지 침목같은 것을 깔고 장미 게이트를 만들어 놓았다. 이런 소소한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찍은 한 컷이다.

 

 

 

사진② 아파트 재개발로 하나 둘 사라지기 전에 찍어놓자고 생각하게된 계기가 된 동네 저층 공동주택. 커다란 나무 한그루와 옹기종기 집주인이 모아놓았을듯한 화분들.

 

 

 

사진③ 이건 내가사는 동네가 아니라 옆 서대문구 유진상가(한국의 경제개발시대를 대표하는 도시적 스케일의 건축 중의 하나) 근처의 재래시장이지만, 차로 오다가다 꼭 바라보게되는 모습이다.

 

 

 

사진④ 가끔 저녁 때 산책하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이 집에 돌아오시는 모습을 가끔 보는데, 할아버님이 차고에 차를 주차시키는 동안 할머님이 비좁은 차고에 차를 잘 주차시키는지 지켜봐 주시고, 그러면 반드시 할머니를 뒤 따라서 고양이가 대문에서 야옹거리면서 할아버님을 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대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기다리기 지치면 계단 밑까지 내려와서 화분 등에 몸을 쓰다듬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같이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그게 또 뭐 즐겁다고 멍하니 걸음을 멈추고 항상 보게 된다. 

 

 

 

사진⑤ 이건 내가 사는 집마당의 감나무다. 나와 함께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설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이제 집에 왔구나'를 느끼게 해 주는 마당의 소중한 정원수들. 

 

 

 

사진⑥ 충암중고등학교 근처 대림시장 도로변에 있는 개인 청바지 전문판매점!! 이곳 역시 전술한 문구점과 함께 응암동의 역사라해도 무방한 긴 역사를 자랑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청바지 전문점이다. 

얼마전에는 청바지를 가판대에서 대량 세일을 하고 계시길래, 사장님께 "왜 사업 그만하시려구요?"하며 물었으나 그게 아니라 그냥 정기 세일이라고 하셔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뱃살을 좀 뺀 후 청바지 맞추러 오겠다고 했는데 더 찐 거 같아 큰일이다.

 

 

 

사진⑦ 이것도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고 옆 서대문구의 남가좌동까지 걷다가 우연히 찍었던 사진이다. 도로 맞은편은 DMC 파크자이로 재개발되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왜 가게 이름이 "종점미니수퍼"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는 간판이름이었다.

 

나도 여기가 예전에는 버스 종점이었나보다를 추측할 뿐이었으나 버스종점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내리고, 교통 회전광장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옛날 지도까지 살펴보고 싶었던 곳이다. 2020년 현재 지금은 아쉽게도 일반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2016/05/08 - [■처음] - 근대화 연쇄점

 

근대화 연쇄점

근대화 연쇄점.. 가끔 70년대 80년대 영화를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게 즐거운 낙이다. 영화전공이 아닌 이상 익숙치 않은 억양과 대사 장면 등등을 한시간 넘게 보는 것은 역시 곤욕이 아닐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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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⑧ 충암학원 언덕 근처, 명지대로 가는 길에 있는 모건축가의 사무실이다. 아마도 자택을 리노베이션 한 것 같은데, 건축적으로 평가하려고 찍은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자리에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반갑고, 또 재건축이나 부동산 재테크하면서 신축하지 않은 것이 너무 고마워서 찍은 한 컷이다.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설계해 주셨으면 한다.

 

 

 

사진⑨ 너무 재밌고, 아기자기하고, 고마워서 눈물까지 날 뻔한 어느 단독주택의 모습.  잠자리채인지 매미채인지 직접 혼자서 또는 부모님과, 아니면 할아버지와 함께 만들었을듯한 담벼락에 세워놓은 곤충채!

 

예전에 일본의 어느 단독주택 풍경을 보고 느낀 감격이 재현된 느낌이었다. 

 

2015/10/24 - [■처음] - 일본의 가로경관 - 로지 路地

 

일본의 가로경관 - 로지 路地

일본의 가로경관(町並み) - 바람직한 도시의像 <예전에 살던 곳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 담벼락에 걸린 바람개비.> 오래 전에 이 집에 살던 초등학생 정도 되는 소녀가 학교 숙제였었는지 방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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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며칠 전 동네 치킨집에 치킨 포장하러 갔다가 우연히 아직 백련산아래 일반주택지역이 재개발되기 전의 옛날 지도가 벽에 걸려 있어서 그리워서 사진을 찍었다. 

 

어릴 적 응암초등학교(지도좌측 위)를 다니던 초등학생 때, 이른 아침에는 작은 형과 자주 백련산에 약수물을 뜨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백련산을 올라가던 경로 중의 하나가 지도에 표시된 녹색 점선인데, 어릴 때에는 거대해 보였던 아파트가 한 채 백련산 근처에 있었는데, 저 점선의 원표시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응암동에서 가장 높은 고층 아파트였던 것으로 알고있으며, 어린 꼬마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스케일이라서 더 거대해 보였을 수도 있다.

 

검정색 물음표가 되어있는 노란 원의 점선은 충암중학교를 다닐 때 의 담임선생님 자택이었던 것으로 안다. 왜 담임 선생님의 자택을 알고 있을까는 의문인데, 아마도 설명절 같은 때 인사를 드리러 갔거나, 아니면 심부름을 갔거나 였을것 같다.

 

지도에서 보이는 푸른색 지역은 백련산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이미 들어서 있고, 아랫쪽의 노란색 지역은 2020년 11월 현재 한참 재개발 공사중이다..

 

아마도 내 세대 정도가 죽어서 없어지면, 이런 응암동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어지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

 

수직종개발, 아파트 재개발, 부동산 재테크 목소리만 여기저기 들리는 지금 사회분위기에서, 하찮은 동네 역사지만, 개인적으로는 은평구라도 은평구 지역의 동네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사업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