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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근대화 연쇄점

by protocooperation 2016. 5. 8.

근대화 연쇄점..




가끔 70년대 80년대 영화를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게 즐거운 낙이다.


영화전공이 아닌 이상 익숙치 않은 억양과 대사 장면 등등을 한시간 넘게 보는 것은 역시 곤욕이 아닐 수 없으므로 스킵하면서 보긴 하지만, 


어떤 장면은 몇 번이고 반복해 보면서 즐기는데, 그건 영화의 내용 보다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시대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모습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생활을 한 것도 아니지만, 70년대 80년대 거리의 모습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을 반짝이며 보게된다.


오늘은 우연히 모 70년대 영화를 유튜브로 얼핏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 장면을 캡쳐했다.



"근대화 연쇄점"



정체된 사회가 아니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하하디드 설계의 DDP에 관한 글

(2016/04/01 - [memo/오늘의 소사] - 건축가 자하하디드 사망.)

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잃는 것은 동대문 운동장과 같은 건축 뿐만이 아니라, 좋던 나쁘던 언어, 생활습관, 사고방식, 노래, 이러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바뀌어 간다.


잘은 모르겠지만 6,70년대 당시 체인 스토어(Chain Store)라는 용어를 이제는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됐다는 뉴스와 새마을 운동이 한참이던 개발시대 답게 번역한 것 같다. 


이제는 근대화 연쇄점이라는 말도, 서울이라는 아니 우리가 사는 대도시에서는 이제는 깨끗이 잊혀진 용어이다.


그래서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저런 동네 한편에 저런 근대화 연쇄점과 그 곳에서 동네 어스린네들이 평상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시는 장소는 모두 24시간 편의점으로 다 바뀌는 것 같다. 얼마전 남가좌동을 산책했을 때, 재건축 지구에서 제외된 한 블럭에 "종점 수퍼"라는 곳이 있었는데,거기서 살던 원주민은 아니지만, 아마도 대규모 재건축이 있기전에는 그 자리가 노선버스 정류장이 있던 자리가 아니었나 하고 잠시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본 적이 있는데, 다시 갔을 땐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존이 옳고, 개발이 나쁘다는것이 아니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면서 그 도시에서 사람들의 삶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바뀌는 문화가 내가 바라는 문화다.


...


그러고 보니 송창식 아저씨의 담뱃가게 아가씨라는 노랫말 처럼, 구멍가게의 담배파는 가판대( 담배와 돈을 교환하는 아치형의 주먹만한 구멍이 있고,  전면창은 담배로 전시되어있는)가 우리 도시에 아직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근대화 연쇄점도, 구멍가게의 담뱃가게 가판대도 한적한 시골 마을에나 가야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