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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리봉동 도시재생사업

by protocooperation 2016. 4. 19.

오늘(2016년4월 19일)자 신문기사에, 70년대 경제개발시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구로공단에서 근로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주거지였던 가리봉동 일대 등을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한다고 나왔다.


"벌집촌"이라는 네가티브한 명칭의 개선.(네가티브한 이미지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인해서 임시방편만으로 대처해 살아왔던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 시설, 낙후한 주거환경의 개선. 등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것도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스크럽 앤드 빌드(scrub and build)와 같은 재개발이 아닌 기존의 도시구조를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니 참 다행이다.


네이버 항공뷰


하지만 좀 더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가리봉 체험루트"를 조성한단다. 

예산을 투입해서 지역 주민들의 낙후된 주거환경만이라도 개선되면 훌륭하고 칭찬할만한 대성공인 것을, 무엇이 부족한지 거기다가 또 관광상품을 만들어야하나 보다.


공무원들은 가리봉동 시민들을 동물원의 원숭이로 생각하는 걸까. 주민들의 아주 기본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거주지역을 정글에서 발견한 신기한 동굴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일까.. 


알록달록하게 그림칠 된 벽화에, 상점가만 만들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지 나는 좀 의문스럽다. 이와 유사한 다른 사업들을 가끔보면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들어서는 상점가도, 대부분 보면 입점하는 업종이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공작실, 혼자서 여유롭게 운영되는 카페 등, 거의 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사를 보니 다른 곳은 K팝 공연장을 건설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2016/11/03 - [memo/오늘의 소사] - 박근혜 최순실 스캔들 관련 jtbc 뉴스 캡쳐 2016.11.02



공무원들은 눈먼 예산을 쓰고 보자식, 스테레오 타입의 안이한 보고서식 개발 추진을 지양하고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


저 지역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는, 다양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립이 아닌 공생하듯이 살 수 있어야 하는 곳이 도시이고,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 보다 저렴한 저층 집합주택이 모여있어,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구입에 부담이 안가는 주거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 다양한 주거형태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이라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담장, 비만 오면 새는 벽과 지붕, 쉽게 역류하는 하수구 시설들과 같은 낙후된 인프라 시설 등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복지정책 차원에서 정비해야 겠지만, 벽에 쓸데 없는 벽화를 그리고, 멋진 인테리어의 화랑과 카페가 들어선다고 해서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벌집촌이라는 추억도, 문득 들렀을 때 자기가 살던 허름했던 집의 아련한 흔적이 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하던 골목길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으면 충분한 것이지, 관광객들을 위한 개발은 필요없는 것이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 상업시설을 도입해야 겠다면, 각 업종별 근린생활시설의 수와 위치를 조사하고, 인구구성을 조사하고, 동선을 조사하고, 기초 생활에 필수인 서비스 시설 등을 조사하고 나서, 수익성은 없지만 꼭 필요한 종류의 시설들에만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주면 되고, 그 이상 정부나 외부인은 자기들이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여, 불필요한 간섭이나 터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 보기에 허름한 집도, 사는 분들에 따라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이 남아있어서 그대로가 좋으신 분들도 있고, 좀 불편하지만 더 이상 돈을 쓰기도 쓸 수도 없고, 여생만 보내시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고, 외부의 터치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최소한의 개입을 한다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내가 보기에 저 사진을 보는 범위 내에서 저 곳 뿐만이 아니라 우리 도시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저 흉칙한 아파트 단지와 저층 주거지역의 경계를 어떻게 융화시킬 것인가에 예산과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