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로경관(町並み) - 바람직한 도시의像
<예전에 살던 곳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 담벼락에 걸린 바람개비.>
오래 전에 이 집에 살던 초등학생 정도 되는 소녀가 학교 숙제였었는지 방학숙제였었는지, 한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마당에서 꼼지락 꼼지락 만들더니, 어느날 부터인가 담벼락에 걸어놓았다.
일본의 한적한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철책에 매듭이나 스트랩을 걸어 놓는다는지, 그 곳에 사는 주민이나 어린아이 들의 작은 아트를 종종 볼 일이 많다. 심지어 길거리에 떨어졌음직한 손수건이나 한짝의 신발 등을 가까운 담벼락같은 곳에 떨어지지않게 돌을 얹혀 올려놓은 모습도 자주 보게 되는데 마치 설치미술과 같은 인상를 받기조차한다.
함께 모여사는(集まって住む) 도시.
자신이 사는 마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건축가, 도시계획가들의 디자인도 필요하고 전문가 및 학자들의 이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런 작은 생활의 흔적, 소박하게 꾸미는 정원의 화분 한 개, 거기에 걸터누워서 한낮의 햇볕을 즐기는 길고양이의 한가함 등...
이러한 생활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모이고 시간과 함께 쌓여 그 곳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기억이 축적되고 도시에 흔적이 남아있을 때 그 도시는 풍요로운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동경 신주쿠 키쿠이(東京都新宿区喜久井町) 주택가>
<모 사철(私鉄)역 근처의 초고층 맨션>
몇년 전 부터 일기 시작한 워터프론트 등 도심지구 일부에선 초고층 맨션 붐이 정신없던 80년대의 부동산 버블 때를 연상케하기도 하지만(올림픽 수요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요 몇 년 동안 도심회귀현상은 뚜렷한 것 같다. 도심회귀현상은 역세권의 초고층맨션과 일반주택가에서의 중소형주택 건설유행의 두 유행을 다 가져오고 있다.),
<기존의 단독주택지가 민간건설업자에 의해 재개발된 모습. 우리나라의 소규모 아파트,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개발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재개발은 그나마 다행으로 위와같은 저층 주택단지(또는 몇 필지로 된 아주 작은 규모의 미니개발)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개발들도 중견 주택건설회사가 손을 대기 때문에 경제논리의 우선으로, 지역사회의 정주를 위한 커뮤니티와 같은 주거환경 조성에는 그다지 바람직한 개발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시끄럽게 데모까지 하지는 않지만, 신축 맨션이 기존의 조용했던 주거환경을 망친다고 건설반대 등의 항의 푯말들을 가끔 보곤한다. )
<동경 다이토구 아사쿠사(東京都台東区) 주택가>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千葉県千葉市稲毛区)주택가>
왜 예전의 농로(農路)가 오늘날의 통행로(이건 논밭이 토지구획정리가 되지않고 지주가 그대로 쪼개서 팔고하다가 그대로 농로가 남는 경우다. 당시에는 무계획적인 난개발이었겠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오늘날에 와서 재평가를 받고있다. )가 되어야 하냐고, 그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지 않냐고 따지는 사람들에겐 그저 값싼 기억일 뿐이라고 비아냥 받겠지만,
이제껏 살아왔던 도시의 기억을 알고있는 할아버지가 손녀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마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역시 이런 인간적인 스케일이, 이렇게 도시의 지형을 깎지않고 남겨두는 도시가 남녀노소 모두의 신체감각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 (千葉県千葉市稲毛区)주택가,지방도시 변두리에 있는 한국음식점(간판에 미래라고 씌어있고 비빔밥을 팔고있다.). 아마도 1층에서 술집을 하고, 2층에서 거주하는 집같아 보인다. 비좁지만 나무 한그루, 다양한 표정의 개구부, 가게앞 작은 공간등이 재미있다. >
물론 동경을 비롯한 일본의 도시가 사회경제적으로 당면한 문제는 초고령화, 인구감소 특히 어린아이 및 청년층 세대의 감소, 공실・빈집문제, 그로인한 사유재산 관리의 문제 등등 그리 녹록치 않은게 사실이지만,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동경 토시마구 메지로 (東京都豊島区目白)주택가>
<동경 세타가야구 미슈쿠(東京都世田谷区三宿) 주택가. 가운데 보이는 산책로는 메구로강 녹도(目黒川緑道). 강이라고 하지만 실개천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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