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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가로경관

출발하자마자 포기한 도보 답사.

by protocooperation 2016. 7. 7.

존경하는 건축가 이즈미 코우스케(泉幸甫)는 어느 자리에서였던가 - 공개석상에서 였던가,  사석에서였던가, 아니면  잡지 기고문에서 읽었었나? - 어느 역이든 열차에서 내려 역 앞의 거리 풍경을 보면, 똑같은 옥상간판, 비슷한 거리 풍경, 건물, 늘어선 택시..상투적이고 다양성 없고 몰개성적인 풍경을 비판하였던 것을 기억한다.


2016/05/06 - [(도시주택)건축가] - 이즈미 코우스케(泉幸甫, IZUMI Kousuke)



그 분의 발언의 취지는 백 번 수긍하고 이해하였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즈미상이 언급한 역 앞의 건축이나 가로경관은 어딜가나 똑같고 비슷 비슷한 풍경인 것은 맞지만, 나는 그 조차도 애정이 가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떻게든 튀어 보이겠다는 맘모스 같은 역사(駅舎)가 대부분이고, 현대적 건물인 만큼 설비적 쾌적함은 부족함이 없지만, 나는 7, 80년대의 무표정한 박스건물에 박공지붕을 한 그 역(=박공지붕 캐노피의 출입구)이라는 이미지의 상투적인 모습이 너무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다만, 거리의 연속성을 끊어버리는 여기저기의 지상 주차장의 모습은 일본의 역전 도시이미지를 해치는 주범이 아닐까 싶다.) 


옛날 시나가와역(品川駅)

그것에 더하여, 주변 건물 옥상의 간판이든, 교통광장 등의 도로 구성이든, 역 주변 가구(街区) 내의 건물 구성이든, 모든 것이 상투적인 그 모습의 노스탤지어 같은 모습만 보면 알 수 없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흔한 역 앞의 풍경

이런 개인적인 감상(感想)의 근원에 관한, 도시에 대한 고찰은 제대로 한 적이 없지만, 아마도 다른 미지(未知)의 도시로의 출발점, 도착점이란 곳이 기차역이고, 또한 도착한 도시의 발전 거점이 대부분 교통 중심지인 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는 호기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기차역과 마찬가지로, 지방 어느 도시라도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곳을 보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을 정도로 그런 장소를 좋아한다. (고양이파냐 강아지파냐의 차이점 정도랄까)


특히, 일본의 경우,  신주쿠(新宿)나 이케부쿠로(池袋)등, 사철(私鐵)들의 시발역의 넓은 플랫폼에 열차들이 도착하고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 어린아이처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아쉽지만 역사의 현대화로 지금은 없어지는 추세다.) 

토큐 카마타역(東急蒲田駅) 구내


오사카 난바역(大阪 なんば駅).


하여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명 건축가의 작품도 좋지만, 나는 무명의 흔하디 흔한 건축들을 보며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계획없이 도쿄에서 오사카까지의 600여 km가 넘는 두 지점을 도보여행을 하고 싶어 무작정 출발한 적이 있다. (걷기 시작한 후 수 시간이 지난 후, 타다가 버려도 좋을 만한 자전거를 하나 구입했다.)


그 때는 거리 감각이 없어서 몇 박을 하든 교수님께 혼이 나든 며칠이 걸리든 일본의 이름없는 도시들을 보고 싶었다. 


결론은 니혼바시에서 멋지게 기념촬영을 하고 의기양양하게 출발했으나, 1박을 하고 하코네를 건너는 와중에 비에 젖은 비탈 도로에서 데굴떼굴 굴러 모 웹툰 작가 표현처럼 "와장창"이 되어 결국 시즈오카현 미시마시(静岡県三島市)의 미시마역(三島駅)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되돌아왔다.


그 이후 언젠가는 도쿄~오사카를 한달이 걸리더라도 도보나 자전거(바이크도 자동차는 거리를 즐기기엔 너무 빠르다. 타가타박 걷거나 자전거의 속도가 제격이다.)로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죽을 때까지 그럴 시간이 있을까 싶다.



<도쿄시 도로 원표. 東京市道路元標.(도쿄 니혼바시(東京日本橋))>

<수도고속도로首都高速道路>

<카네마츠 빌딩.兼松ビル, 1993, 시미즈건설 설계.清水建設>


<긴자타워맨션(銀座タワーマンション),2003>

<시오도메 시오사이트(汐留シオサイト) 보행자 데크>


<오오사키코지로 교차로(大崎広小路交差路). 야마노테센(山手線)을 넘었다.>

<국도1호선(国道1号線, 第二京浜) 토고시역(都営戸越駅) 근처>


<나카노부역(品川区, 中延駅) 상점가 근처의 일반적인 소형 임대맨션. 우리나라의 다세대 주택 정도의 규모. 근데 왜 찍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름없는 일반적인 건물인데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깨끗해서 찍었나?>

<타마가와(多摩川)를 얼마두지 않은 치도리(千鳥) 근처>


<여기까지 걸어보니 너무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힘들어서 자전거를 사기로 결정. 유명한 잡화점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에서 중국제 자전거를 샀는데 싼게 비지떡. 나는 그래도 안전은 생각해서 만들고 파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솔직히 기존의 신뢰할 만한 일본이나 한국 등 외국의 제조업체가 품질관리 지도를 하면서 중국내에서 제조생산한 공산품은 믿을만 하지만, 중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조생산한 제품은 리스크가 큰 것 같아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권하지를 못하겠다.>


<카나가와현 요코하마시(神奈川県横浜市鶴見区)에 있는 건물. 요코하마 방면은 지형 고저차가 심하다는 것을 이제까진 몰랐었다. 꽤 고생했다.>


<케이큐 카나가와역(京急神奈川駅)>


<요코하마 베이쿼터(横浜ベイクォーターYokohama Bay Quater). 요코하마역 동측에 있는 상업시설, 2006.>


<요코하마(横浜)에서 1박. 따뜻한 캔커피 후 오전 중으로 하코네(箱根)를 넘어 시즈오카시(静岡市)까지 한큐에 갈 생각이었다.>


<호도가야마치2쵸메(保土ヶ谷町2丁目) 구 토카이도(旧東海道)와 국도1호선 갈림길에 있던 표지판>



<카나가와현 치가사키시 시오미다이(神奈川県茅ケ崎市汐見台)>


<쇼난대교(湘南大橋) 근처>


<오다와라시민회관앞 교차로(小田原市民会館)>




오타마연못(お玉ヶ池)



<아시노코(芦ノ湖)>



<하코네 호텔(箱根ホテル)>


<하코네 관광선(箱根観光船)>



<휴게소 하코네고개(道の駅 箱根峠). 정상까지 다 와서 이제는 내려가는 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나,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직선 비탈길을 신나게 내려오다, 구입한지 이틀도 되지않은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갑자기 말을 안들어 떼굴떼굴 구른 곳이다. 카메라 고장나고 핸드폰 고장나고 상처투성이가 된 곳. 하지만 지금 보니 다시 가 보고 싶다.>


결국 엉금엉금 기어, 미시마시가지(三島市街地)까지 내려와 쇼핑센터에 들러 옷 갈아 입고, 반창고 바르고 역(三島駅)근처 비즈니스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 와중에도 처음 와 보는 도시라고, 다시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여기저기 구경하러 나갔다.



<하룻밤 자면서 몸상태를 보려 했지만, 욱씬욱씬 쑤셔서 눈물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도쿄로 돌아오기로 했다. 미시마역 플랫홈인데, 신기하게도 플랫홈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 한 컷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