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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영화・드라마 등 Movie Drama

킹콩(2005) 네이버 영화해설 中

by protocooperation 2015. 11. 6.







킹콩(2005년) 네이버 영화해설 中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온 10여년 전 글이라 지금은 네이버 영화평에는 남아있지 않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오미왓츠의 여성스러운 동작들이었고, 저런 동작들이 여배우이기 전에 여성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 상황에 맞게 의식적인 연기에 의해서 나오는 것인지 정말 감탄스러웠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킹콩을 리메이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난 신작기획력이 떨어진 헐리웃에서 또다시 그렇고 그런 옛 필름을 창고에서 끄집어내 먼지를 후후 불어내고 특수효과를 좀 입혀 원작보다 훨씬 더 그렇고 그런 3류 괴물 영화를 만드나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감독이 피터잭슨이고.. 그의 인생을 영화감독으로 이끈 '일생의 영화'를 리메이크할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조금의 기대를 품게 되었었고,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잭슨의 킹콩월드에 열광하게 되었다. 
  
원작(30년대) 킹콩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킹콩이 스펙터클한 특수효과와 함께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 걸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시절 특수효과란게 지금 봐서는 별거 있겠는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표현해내지 못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지금의 시각으로 보았을때의' 기술적 조악함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기술이란 당대의 관객이 감탄하고 열광하며 꿈을 얻을수 있게 해주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내가 말한 기술적 부족함이란, 킹콩의 터럭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둥 움직임이 어색하다는둥 하는걸 말하는게 아니라 관객에게 전해주었어야 할 중요한 메세지 하나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표현되지 못했다는걸 말한 것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자기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느끼는 엄청난 고독감.. 전혀 다른 이종족에게 호감과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뜻함, 도망갈 곳도 없이 자신의 종말이 다가옴을 느끼면서도 사랑을 위해 죽음의 사다리를 오르는 킹콩의 애절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2005년판 킹콩은 30년대 원작에 비해 특수효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대 블럭버스터 영화들 중 최강을 자랑하는 특수효과로 마치 과시하듯 엄청난 비쥬얼들을 뿜어 내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가장 큰 빛을 발한 지점은 바로 킹콩의 감정 표현이었다. 
  
큼지막한 흉터와 무뚝뚝한 표정 뒤로 고독과 슬픔을 간직한 맑은 눈, 큰 덩치와 막강한 힘에 비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익숙치 않아 안절부절하는 모습들은 이미 골룸이라는 입체적이고 다중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었던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 의해 훌륭하게 표현되었다. 
  
이로 인해 2005년의 킹콩은 원작에서의 부족한 한 조각을 끼워맞춰 장대하고도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완성된 것이다. 
  
이는 발전되어가는 기술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킹콩에 대해 '무슨 쥬라기 공원도 아니고 공룡에 뭐에 나올것 다 나오는구먼'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원작에도 공룡은 나왔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 나는 이것이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겨냥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특수효과만을 과신하고 만들어지는 수 많은 헐리웃 블럭버스터들에게 기술은 이렇게 쓰라고 있는것이다..라고 열변하는 피터잭슨의 외침이라고 보인다. 
  
누구나 어렸을적 한번씩은 열광하고 상상해보았을 공룡이란 존재를 되살려냈던 쥬라기공원 이래, 그 속편들은 그저 '더 크게 더 많게' 만을 외치는 전형적인 헐리웃 블럭버스터가 되어버렸다.(특히나 3편...그저 규모를 불리기 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T-rex보다 더 크고 난폭한 더커요사우르스(가칭)'씨까지 초빙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괴수대전쟁으로 전락시킨..) 여기에 대해 피터잭슨은, 단지 규모와 숫자만이라면 나는 티라노 3마리라도 집어넣어 킹콩과 3:1 빅매치를 시켜보이겠다..라고 
비꼬고 있는것이다. (실제로 이장면은 박진감 넘치고 압도적인 액션을 펼쳤지만 T-rex 3마리째가 나타났을때 극장 여기저기에서 실소가 터져나왔었다) 
  
기술과 규모는 돈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그것을 이용해 어떻게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의 킹콩의 힘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그 위력이 강하고 무시무시하게 표현될 수록 그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을 기어오를때의 한없이 작은 모습이 눈물겨운 것이고, 영화 중반의 과격하고 화려한 액션 덕분에 연인을 두고 마천루 아래로 조용히 떨어져 내리는 그의 모습이 더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킹콩의 세세한 감정들을 표현가능케 해준 특수효과가 드라마를 강화하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말이다. 
  
특수효과가 아무리 발전을 했다고는 하나, 영화란 결국 드라마와 그것을 이루어가는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대규모 전쟁장면이나 폭파장면을 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화면이나 보면 될 일이다. 
잭슨의 킹콩은 화려한 특수효과의 힘을 빌려 킹콩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감정을 입히고 그 감정의 흐름에 따라 탄탄한 드라마를 이끌어낸 그 자체로서 수작이며, 원작의 부족한 조각을 매꾸어낸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리메이크의 본보기이며, 특수효과가 어디서 어떻게 쓰여져야하는지를 잘 제시한 특수효과의 교과서인 동시에 피터잭슨이라는 재능있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걸고 진심을 담아 만들어낸 걸작이다. 
  
평점이란, 이런 영화에 주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ps)여담이지만 킹콩을 제외한 조연(?)들 역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외모에서부터 유약하지만 고집있는 예술가의 면모를 풍기는 에드리언 브로디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피아니스트에서 에드리언의 연주를 듣고 그를 숨겨준 독일군 장교역을 했던 토마스 크레취만의 재결합(?)도 영화 외적인 이야깃거릴 찾는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또한 영화 내내 니콜키드먼을 연상시켰던 나오미 와츠의 연기도 좋았었다. 특히 '금발의 미녀' 컨셉은 단지 원작의 설정을 가져온 것일뿐, 잭슨이 완전히 재창조해낸 '지적인' 앤 대로우의 모습은 킹콩이 단지 지나친 외로움으로 인해 '멍청한 금발'에 놀아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야수는 미녀의 외모에 빠져든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속에 도사린 그 거대한 외로움을 공유하는 상대를 찾아낸 것이었다. 
(농담삼아 니콜키드먼에 비유했지만 언듯 비슷한 외모의 이 두 배우는 자세히 보면 니콜키드먼이 조금더 섹시해 보인다면 나오미 와츠는 조금더 차분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악역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잭블랙, 그가 연기한 칼 덴햄은 외모상로서도 성격으로도 완벽히 잭슨의 분신이었지만 극중 잭 드리스콜이 그를 보며 했던 대사.. 잭슨의 자조적 한마디로도 보이는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는 재능이 
뛰어나다"라는 말은 온전히 틀린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일생의 영화'를 이토록 완벽하게 '완성'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