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몇 십분 동안 그 날 꾼 꿈을 복기라도 하듯이 무슨 꿈을 꾸었더라, 왜 그런꿈을 꾸었을까 하고 눈을 감고 누워있는게 버릇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버릇 때문에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
고혈압 위험군이었던 나에게 잠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않고 쉬었다 일어나는 버릇은 아이러니 하게도 좋은 약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자라난 환경이 주역이나 역학, 육효, 기문둔갑 등 현대과학으로는 명쾌하게 풀어질 수 없는 학문과 가깝게 지냈던 이유에서였던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꿈이라는 것에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그래봤자 어릴 때 누구나 갖는 호기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어제 오늘에,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번뜩이는 직관적인 깨우침이 있어서 메모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어렴풋이 그냥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적어 보고자 한다.
멋모르고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이란 책을 제목에 홀려서 읽었던 때가 중학교였을 때여서 그 내용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꿈이란 역시 단순 복잡한 무의식의 발현이 아닐까한다.
좀 실망스러운 결론이긴하다..
어느날 꾼 꿈에 나타난 수 많은 이름모를 사람들과 사물들, 풍경들, 사건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에는 분명히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指田菜穂子(사시다 나호코),「こんな夢を見た」,2010.
왜, 오늘은 그런 꿈을 꾸었을까, 꿈 속의 나와 아무 대화도 하지않고 지나친 저 사람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인물일까 등등..
그런데, 그날 그날의 꿈을 곰곰히 생각하는 버릇이 십수년 이어지다보니, 그런 사람이나 사물 장소 사건들은 그 꿈을 꾼 근래에 겪었던 현실의 인물, 사건, 사물들과 적든 많든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명동에 쇼핑을 나간 날, 얼마나 수 많은 모르는 인파들과 부딪히고,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하루 18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정보, 아니 데이터를 뇌가 받아들이는지를 생각한다면,
뇌는 마치 내가 자고있는 동안 하드디스크가 드르륵 거리면서 정리를 하듯이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꿈 속에서 마치 엑스트라 처럼 그냥 지나친 사람이나, 장소, 일어난 일 등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전날 또는 근래에 일어났던 일이나 사람들과 아주 사소하든 밀접하든간에 연관이 되어있는 것 같다.
inception
물론 그렇더라도 왜 그것이 꿈의 형태로 정리되어지는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지만, 하여튼 뇌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주도적, 또는 수동적으로 내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자신과 뇌라는 것을 동떨어져 있는 별개의 것인 것 같이 쓰고 있는데,
하여튼 그날 그날 내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수 많은 데이터의 정리, 은연 중에 내가 바라고 갈망하는 그 무엇(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던지, 대상, 사건 등등)이 꿈에 발현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대부분이라는 것은 생각나는 꿈에 대한 내용의 반 이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수면 단계에 따라서 숙면시 꾸는 꿈의 내용은 전혀 기억 못하고 망각되어지는 꿈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꿈이란 이러이러한 것이 아닐까하고 결론짓게 된, 분석 대상이 된 꿈은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무의식의 발현, 그날 그날 받아들인 데이터의 정리라는 재미없는 결론은 좀 허무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신비로움이 있길 바라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꿈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한 꿈의 작용이 현실생활에서 왜 어떻게 도움이 되고, 또 만일 꿈을 꾸지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정적인 측면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뇌를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꿈해몽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것을 주제로 논문을 쓸 일도 없는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죽기전에 꿈을 왜 꾸는지 그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마치 동양철학은 정말 무엇인가라는 의문처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수 천억원 수조원대의 재산가 들이(한 명도 아니고 게다가 수백 수천 억이 거래되는 회사경영 결정에 대해서 자문을 구한다!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우리나라, 아니 당대 최고의 한 역학자를 만나 상담하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있노라면, 범인은 모르는 뭔가 역시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돈 한푼 없는 흙수저이지만 개인적인 오랜 경험에 의하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아직 도중이지만, 지금까지의 꿈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결론은 이게 전부다.
하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기억이 남아있는 아침이면 어떤 꿈을 꾸었지? 하고 다시 생각해내려고 한참을 누운 채로 기억을 더듬은 후에야 일어나곤 한다.
한스짐머 - Time(영화 인셉션 중에서)
2016.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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