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전공하는 건축설계에만 한정시켜서 살펴보자.
논문을 쓰는데 너무도 당연하게 통계분석을 이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에 기대지 않고 통계분석을 할 수 없다. 절대로.
디자인을 하는데 요즘 CG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설계가 가능한 디자인이 얼마나 있는지 세어보자.
7,80년대 아니 90년대만해도 순수히 인간의 손으로 그린 도면이 현실화되는 경우를 적지않게 보아왔지만 이제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구조계산, 시공 등의 분야로 가면 더이상 할말이 없어진다.
사실 나는 이런게 컴퓨터와의 공존이 능동적 공존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의 강요된 공존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은,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면 더 편리하고 더 행복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은 60년대 70년대 조금빠르다면 전후 50년대 미국사회 정도였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발전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크레용 신짱의 영화 어른들의 제국과 다를바 없고,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주어진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적당한 희망의 시대에 태어나서, 적당히 그 발전의 과실을 맛보고, 더 괴로워지기 전에 죽는 적당한 시대에 살다 가는 세대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자하하디드의 DDP(맞나?) 같은 콘크리트 덩어리만 보면 구토가 나려고 해서, 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소위 첨단 유행의 도시라는 판교 같은데는 갈 일도 없지만, 절대로 가려고하지 않는다. 인간의 맛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정치적으론 암흑의 시대였지만, 나는 70년대의 서울이 좋고, 70년대의 건물이 좋고, 인간의 땀이 느껴지는 거리가 좋고, 마지막 한 채가 남을 때까지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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