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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예전블로그글 등

'짝퉁 박사' 음대 교수·강사 무더기 적발

by protocooperation 2016. 3. 11.

예전 블로그에서 옮김.(2006년)


국내 사설 음악원을 통해 외국 유명 음악대학의 가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버젓이 음악협회까지 결성해 활동해 온 음대 교수와 강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영열)는 19일 외국 유명 음악대학 총장과 짜고 국내에서 가짜 석·박사 학위를 발급해준 혐의(고등교육법 위반 등) 유학알선업자 D씨(51·여)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D씨를 통해 받은 허위 박사 학위를 학술진흥재단에 등록하고 대학 등에 취업한 혐의 등으로 현직 대학 교수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6명을 벌금 700만~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D씨와 공모해 박사학위 취득 희망자에게 러시아 유명 A음대 박사학위를 발급해준 혐의로 A음대 총장 러시아인 Z씨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D씨는 서울 강남에 음악학원 겸 유학알선업체 R음악원 대표로 있으면서 1998년부터 최근까지 몇시간의 강의 및 레슨과 일주일 가량의 러시아 대학 방문 일정을 마친 사람들에게 러시아A음대 박사학위증이나 러시아B음대 석사학위증을 발급해준 혐의다.

 

D씨는 학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석사과정(4학기)은 학기당 400만원, 박사학위(4~6학기)는 학기당 500만원을 받아 총 25억여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A음대 총장 Z씨는 이 대학 교수 1~2명과 함께 연간 10여일 가량 R음악원에서 강의하고 이 음악원을 A음대 분교인 것처럼 꾸몄으며, 이를 대가로 D씨가 받은 수강료의 절반을 기부금 형식으로 받아 챙겼다.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유명 음대 교수 김모씨와 음대 강사 이모씨는 R음악원을 통해 A대학 박사학위증을 발급받은 뒤 음악원에서 석박사 과정 희망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마치 A대학 교수인 것처럼 음악 강의를 하고 학생들을 모집하거나 논문 수정을 지도해 왔다.

 

R음악원을 통한 박사학위취득자들은 대부분 현재 교수와 조교수, 시간강사,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박모씨의 경우 이 학위증을 제출하고 유명 대학 조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석사학위만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음대 교수들이 박사 과정 수업을 진행하거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는 데 부담을 느껴 가짜 학위를 발급받은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A음대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 대다수 음악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돼 유혹에 쉽게 빠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음대 강사 및 교수, 교향악단 단원을 임용할 때 박사학위 소지자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으나, 대학 등이 외국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학위가 진짜인지 확인하지 못해 이같은 범행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학위 취득자 중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경험이 전혀 없거나 2학기만에 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있었으며, 러시아어로 기재된 자신의 박사학위증조차 무슨 내용인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학위수여자 모두는 통역을 해야만 논문 발표가 가능했으며, 나아가 일부는 R음악원에 고용된 비음악 전공 통역인에게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하게도 했다.

 

학위 수여식은 서울 유명 호텔의 식당을 빌려 개최됐으며, 일부 학원생들의 항의로 러시아에서 재차 학위수여식을 거행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짜 학위 취득자들끼리 음악협회를 결성해 기념 연주회와 정기모임을 가져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가짜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해서는 전원 교육부에 통보해 징계를 의뢰하는 한편 러시아B대학으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가짜 석사학위를 취득한 국내 음악계 종사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