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교수님의 스케치. 지금은 돌아가셨다.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뛰어난 실무 건축가라고 하기에도, 이론에 뛰어난 학자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느 누구하고 비교해도 존경할만한 이 분의 장점을 두가지만 든다면,
우선 건축을 평가할 때 순수하게 눈 앞에 있는 도면과 건축물만을 보고 평가하신 분이었다.
무슨소리인고 하니, 이 학생이 누구에게 어느 작품에 영향을 받았는지, 어느 작품과 유사하다든지 하는 것은 신경을 쓰지 않으셨다.
(어찌보면 실무든 교육현장이든 이런 것이 당연히 여겨져야하지만..)
이 학생의 예술적 재능이나 예전 과제의 질을 보아선 이렇게 설계할리가 없지, 이런 것까지 고려했을리가 없겠지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보시던 분이다.
(가끔보면 자잘하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어 안달하는 교수들도 많이 있다.)
표절한 작품이 평가받는 우를 범할 수 있는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내가 경험한 단 한 분이다.
두번 째로,
다른 전공은 모르겠으나, 건축(공)학과는 아무리 날고 뛰는 명문대로 유학을 가도 얻을 수 없는 선천적인 예술적 재능을 요구하는 건축설계분야가 있으므로 학생의 재능이 교수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이 자주 있어서, 학생의 설계작품이나 논문의 가치를 교수들이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런 일은 우리나라 교수들의 왜곡된 권위의식이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분의 평가방식에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보이지 않았던 분이시다.
나이든 분이시라 통계, 수학, 프로그래밍, 시뮬레이션 또는 다른 정성적인 다양한 분석 등을 동원한 연구 방법등은 젊은 학생들이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그 접근방식이나 전체를 보고 평가하시던 자세는 한참 후에야 아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었구나하고 반성을 하게 하곤 하셨다.
어떤 말씀을 하시고 상대방이 못알아들으면, 아, 이 학생은 못 알아듣는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시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장점이자 단점이신 분이었다고 할까..
건축은 어때야 한다, 도시는 어때야 한다, 이러쿵 저러쿵 열변을 토하시지도 않고, 설계를 많이 하시지도 않으시고, 유일하게 비매품으로 내신 것이 당신의 여행 스케치 북이었는데, 책은 온데간데 없고 예전 블로그에 한 장 남아있어 기억하고 싶어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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